본문 바로가기
역사

달콤함이 불러온 재앙! 욕망의 신화로 탄생한 초콜릿

by 인간세상 2024. 12. 16.

마야 제국의 한 자락, 짙푸른 정글 속에서는 카카오 나무가 우거져 있었어. 카카오는 신들이 내린 선물이라 불리며 마야인들에게는 단순한 열매가 아니었지. 이 열매에서 추출한 음료를 마신 왕과 사제들은 초월적인 지혜와 힘을 얻는다고 믿었대. 전쟁에서 승리한 용사들에게는 카카오 음료가 주어졌고, 신성한 의식을 치를 때는 신께 이 음료를 바치는 전통도 있었어.

그런데 그중에서도 한 여인의 이름이 역사 속에 희미하게 기록되어 있어. 그녀는 바로 ‘이츠찰’이라 불리던 여사제였지. 이츠찰은 카카오 나무의 정령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사제로 알려졌어. 전쟁에서 패배한 부족의 남자들을 제물로 삼는 잔인한 의식이 거행되던 어느 날, 그녀는 꿈속에서 초콜릿의 신 ‘에카 칵아우’와 마주했대.

에카 칵아우는 달콤하지만 쓴 음료를 마시는 것이 왕국의 미래를 구할 열쇠가 될 거라고 속삭였지. 하지만 그 음료는 단순히 힘을 주는 약이 아니었어. 그것은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고, 끝없이 탐하는 본성을 깨우는 ‘욕망의 묘약’이었어. 이츠찰은 왕에게 이 음료를 바쳤고, 그날부터 초콜릿은 왕실의 신비로운 음료로 자리 잡았지.

 

유럽을 사로잡은 욕망의 묘약 초콜릿

 

시간이 흘러 스페인 정복자들이 마야와 아즈텍을 침략하면서 초콜릿은 유럽으로 건너가게 되었어. 스페인 선교사 후안 데 라 크루스는 카카오의 매력에 빠져들며 이것을 유럽 왕실에 헌상했어.

초콜릿은 그 자체로 신비로운 향과 맛을 가졌지만, 설탕을 섞는 순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음료로 변했지. 귀족들은 초콜릿을 ‘욕망의 묘약’이라 부르며 자신의 사교 모임에서 가장 값진 물건으로 여겼어. 그런데 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초콜릿을 마신 왕비들이 연이어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거야.

이 소문 뒤에는 초콜릿의 매력에 사로잡혀 왕실의 의무를 저버린 ‘루이즈’라는 여왕이 있었어. 그녀는 초콜릿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마셨고, 그것이 그녀의 삶의 낙이 되었지. 루이즈는 초콜릿을 좋아하는 귀족들과 함께 초콜릿 클럽을 만들었고, 심지어 몰래 초콜릿 음료를 대량으로 유통시키며 왕의 눈을 피해 이윤을 남기기도 했대. 초콜릿은 이렇게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되며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어.

 

달콤함이 낳은 어둠, 생지옥 아프리카

 

그러나 초콜릿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 어두운 그림자는 점점 짙어졌어.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카카오 열매는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생산되었는데, 노동자들은 끔찍한 환경에서 일을 해야 했지.

그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는 12살 소년 ‘카파’의 이야기야. 카파는 한밤중에 납치되어 부모와 떨어지게 되었고, 초콜릿 공장을 위한 카카오 농장에서 강제 노동을 해야 했어. 카파는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농장에서 일하며 손이 까맣게 변할 때까지 카카오 열매를 따냈지.

그의 유일한 희망은 언젠가 카카오 나무 정령이 자신을 구하러 올 거라는 믿음이었어. 카파는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었어. 어느 날, 카카오 나무에서 초콜릿 신이 내려와 아이들을 구해줄 거라는 전설 말이야.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어. 농장 주인들은 아이들에게 빵 한 조각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고, 그곳을 빠져나가려는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

 

초콜릿의 변화

 

이제 우리가 즐기는 초콜릿의 이면에는 카파와 같은 아이들의 희생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해. 하지만 최근 들어 공정무역 초콜릿이 등장하며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카카오 농장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거든. 초콜릿은 단순히 달콤한 간식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신화야.

이츠찰과 에카 칵아우, 루이즈와 카파의 이야기는 허구일지 몰라도, 그 속에 담긴 초콜릿의 역사는 진실이야. 우리가 한 조각의 초콜릿을 입에 넣을 때,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기억하며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라.